← 목록으로 돌아가기

홍대 가게들 줄폐업하는 와중에 내가 알바 뛰던 그 주점은 왜 아직도 줄 서는지

홍대 걷다 보면 2022년 11월에 오픈한 식당이 2023년 4월에 사라져있고, 그 자리 6월에 새 가게 들어섰다가 9월에 또 비어있는 패턴. 이거 우연 아니다. 보증금 5000, 월세 350 찍는 홍대 메인스트리트 1층 자리에서 버티려면 다른 계산이 필요하다.

내가 2023년 초까지 홍대 A구역에서 직접 굴렸던 가게도 그랬다. 월 매출 3200 찍었다. 순이익 마이너스였다.

### 인테리어에 1.2억 박고 시작하는 놈들은 6개월 못 버틴다

홍대에서 지난 2년간 사라진 가게들의 공통점부터 말하자. 인테리어 초기비용 과다, 이것부터 지적한다. 요즘 오픈하는 애들 보면 감성 타일, 빈티지 조명, 시멘트 몰딩 마감에 1억은 기본으로 박더라. 2022년 상반기엔 그래도 통했다. 문제는 2023년이다.

홍대 유동인구의 인당 지출액이 눈에 띄게 줄었다. 내 가게 데이터 기준으로 2022년 11월 일평균 객단가 28,000원이던 게 2023년 3월 19,500원까지 내려갔다. 이 말은 뭐냐. 예쁜 벽에 폰 갖다대고 사진 찍던 애들이 아메리카노 한 잔 시키고 2시간 버티는 패턴으로 바뀌었다는 거다. 인테리어 비용은 매달 고정비로 안 보이니까 무시하는데, 감가상각 생각하면 매달 250~300만원씩 까먹는 거다. 6개월이면 1500만 원이 공중분해된다. 그걸 모르는 상태에서 월 매출 찍히는 숫자만 보면서 버티겠다고 하는 거지.

### 살아남은 3곳의 공통점은 가격표가 아니라 "가격을 안 보이게" 만든 구조

홍대에서 3년 이상 버티고 있는 가게 중에 내가 직접 관찰한 3군데가 있다. 공통점이 뭔지 보자.

첫 번째, 주류 원가율을 12% 미만으로 유지한다. 생맥주 500cc 잔에 4,000원 받아도 원가는 600원 선이다. 그런데 이걸 단품으로 팔지 않는다. 반드시 안주와 묶거나, 최소 2잔 이상 시키게 만드는 메뉴 구성으로 간다.

두 번째, 회전율을 시간대로 완전히 다르게 설계한다. 저녁 6시부터 9시까지는 식사류 매출 비중을 60% 이상으로 가져가서 테이블 회전을 빠르게 하고, 9시 이후에는 주류 중심으로 전환한다. 이건 메뉴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설계된 구조라서 따라 하려면 오픈 전에 이미 결정되어야 한다.

세 번째, 이게 제일 중요한데. 인건비를 고정비가 아니라 변동비로 운영한다. 내가 알던 곳은 직원 8명 중 5명이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만 일하는 파트타임이다. 주휴수당 나가는 주 15시간 이상 근무를 의도적으로 피하고, 14시간 30분으로 끊는다. 이걸로 월 인건비 300이상 아낀다.

### 합정 쪽에서 본 가격 정책의 반전

홍대에서 망한 업주들 중에 합정으로 넘어간 경우를 몇 건 봤다. 합정은 홍대보다 임대료가 30% 가까이 낮은데, 이 사람들 특징이 똑같다. 자리 옮기면서도 메뉴 가격을 500원밖에 안 올렸다. 합정에서 장사할 거면 가격을 더 받아도 되는 동네인데, 그걸 못한다. 왜냐. 본인이 생각하는 '적정 가격'이라는 게 머릿속에 박혀 있어서다.

2023년 홍대에서 폐업한 업주들 공통점이 정확히 이거다. 가격 결정을 원가 기준으로만 한다는 점. 내가 알기로 합정 펍들은 기본적으로 맥주 한 잔 가격을 홍대보다 1,500~2,000원 높게 책정한다. 그런데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가격이 아니라 '여기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을 끼워 넣었기 때문이다. 펍인데 셀프 칵테일 코너를 만들거나, 1인석에 태블릿 주문 시스템을 넣어서 혼술족을 잡는 식이다.

홍대에서 살아남으려면 가격표를 예쁘게 만드는 게 답이 아니다. 가격표라는 것 자체를 의식 안 하게 만드는 게임을 설계해야 한다. 메뉴판 첫 페이지에 '오늘의 추천 세트'를 넣고, 단품 가격은 뒤로 빼는 식이다. 이게 디자인 문제 같지만 사실은 구매 심리 설계다. 그걸 모르고 '맛있으면 되지' 하는 애들은 지금도 홍대 어딘가에서 가게를 접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