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가을, 홍대 뒷골목에서 사라진 술집들의 메뉴판을 다시 떠올려보면 하나의 패턴이 보인다. 칵테일 한 잔에 18,000원을 적어놓은 곳이 연달아 문을 닫았다. 반면 맥주 세 잔에 만 원을 외치던 좁디좁은 펍은 여전히 불이 켜져 있다. 이게 우연일까.
나는 그 동네 단골이었다. 주당 세 번은 들락거렸고, 사장들이 원가 계산을 얼마나 허술하게 하는지 눈으로 봤다. 2022년 말부터 홍대 상권에서 약 이십 곳이 넘게 문을 닫았다. 공통점은 뻔하다. 높은 임대료를 만회하겠다고 메뉴 가격을 올렸고, 손님은 발길을 끊었다. 단순한 계산인데 사장들은 자꾸만 실패한다.
## 사라진 가게들이 공통으로 저지른 실수
첫 번째는 '시그니처 객단가 착각'이었다. 칵테일을 18,000원에 팔면서 하루에 잔 세십 개를 세일즈할 수 있다고 잡았다. 실제로는 주말 포함해 하루 열두 잔이 고작이었다. 원가율 30%를 잡아도 월세와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는 구조였다. 사장이 직접 카운터에 서서 셰이커를 흔들어도 적자 전환은 불가능했다.
두 번째는 단골 확보 실패다. 홍대는 유동인구가 넘쳐나지만, 그 유동인구를 재방문으로 연결하는 장치를 만드는 가게는 드물었다. 반년 새 사라진 가게 열 곳 중 여덟 곳은 스탬프 카드 하나 없었다. 손님은 기억력이 짧다. 다음 주에 어디로 갈지 결정하는 순간, 그 가게는 이미 사라진 셈이다.
## 살아남은 곳들의 숨은 공식
반면 살아남은 가게들의 특징은 뚜렷하다. 합정 쪽에 아직 건재한 합정 펍 하나를 예로 들면, 맥주 네 잔에 만 원 광고를 걸어놓고 실제로는 세 잔에 만 원을 받는 구조였다. 메뉴판에는 소비자 눈에 띄는 큰 숫자만 보인다. 사장은 손해를 보면서까지 싸게 파는 게 아니라, 회전율로 승부한 거다. 이 가게는 월요일 저녁에도 열다섯 테이블 중 열두 테이블이 찼다.
여기서 질문 하나. 홍대에서 한 자리당 평균 체류 시간이 두 시간 반인데, 맥주 네 잔을 다 비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대략 사십 분이다. 나머지 시간 동안 손님은 메뉴판을 다시 본다. 두 번째 라운드에서 추가 주문이 들어올 확률, 이게 살아남은 가게들의 실제 수익 골격이다.
## 유흥 가격 비교가 의미하는 것
유흥 가격 비교라는 키워드는 사실 단순한 가격 싸움이 아니다. 한 잔당 단가를 비교하는 행위 뒤에는 '이 가게에서 나는 얼마나 오래 머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숨어 있다. 위키백과에 기록된 노래방 역사를 뒤져봐도 알 수 있듯, 한국 유흥업소의 경쟁력은 '가격 대비 체류 시간'에 달려 있다. 1980년대 강변가요제 시절부터 그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 적용하기 전에 확인할 것
이 글을 읽는다면 최소한 이 두 가지를 점검하라. 첫째, 현재 메뉴 판매량을 일별로 세어본 적이 있는가. 둘째, 단골 손님 열 명의 이름을 외울 수 있는가. 둘 다 아니면 홍대에서 2023년에 사라진 그 십여 곳과 결국 같은 길을 걷게 된다.
살아남은 곳들의 차별화 전략은 화려한 게 아니다. 싸고, 편하고, 기억에 남는 것.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데 집착하는 것이다. 가격 경쟁력은 마케팅이 아니라 회전율에서 나온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장들이 매달 서너 곳씩 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