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홍대입구역 9번 출구 골목. 그 자리 지금은 소품점인데, 내가 2022년 봄에 중개한 핫도그 가게 자리다. 원래 주인 서 씨, 권리를 2억에 넘기고 떠났다. 그때만 해도 주변 상인들이 부러워했다.
서 씨가 나한테 마지막으로 보낸 카톡은 2023년 8월이었다. "형, 신규 점주가 3개월 만에 나간대.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 청구 들어왔다고." 그 핫도그 가게, 2억 권리금에 넘길 때 서 씨가 빠뜨린 게 있었다. 임대차계약서 특약사항 3번.
요즘 것들은 임대차 계약서 특약사항을 안 읽는다. 특약 3번에 "권리금 회수 기간 내 폐업 시 원상복구 의무 및 손해배상"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서 씨는 그냥 넘겼다. 그게 화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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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에서 2023년에 문 닫은 업소들, 내가 중개하거나 계약 검토한 것만 열 몇 개다. 공통점이 하나 있다. 임대인과의 계약 조건을 '당연히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가정한 케이스다. 시설비 과잉 투자, 임대료 인상 협상 없이 갱신, 보증금 대비 월세 비율 무시.
이건 상권 문제가 아니라 계약 리터러시 문제다. 뭘 파는지가 아니라, 서명하는 순간 뭘 수용하는지를 모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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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곳들은 뭘 달리 했을까. 홍대 리버풀 거리 쪽에서 5년째 버티는 술집 세 곳이 공통으로 한 게 있다. 월 임대료를 총매출의 8퍼센트 이내로 유지하겠다는 임대인과의 합의서를 별도로 작성한 것이다. 사인 한 장이지만, 이 문서 하나가 2023년 홍대에서 가장 강력한 방어막이었다.
生存者들이 추가로 한 일은 단순하다. 유흥 가격 비교를 자기 가게 기준으로 직접 정리해서, 손님 눈높이에 맞춰 보여준 거다. 근처 바들이 어떤 가격대에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자기 가게가 어디에 포지셔닝되는지. 이건 단순히 가격을 낮추라는 얘기가 아니다.
위키백과 마케팅 정의에 나오는 포지셔닝 개념의 실전 적용이다. 프리미엄으로 잡을 건지, 홍대 특유의 접근성 카드로 갈 건지, 선택지는 다양하다. 압구정 쪽 압구정 룸싸롱처럼 틈새 시장을 공략하든, 대중성을 가져가든. 문제는 선택 자체를 아예 안 한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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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봄, 서 씨한테 그 특약사항 문제를 미리 잡아줬어야 했다. 그때 나는 "이거 나중에 분쟁 소지 있다"고 말했지만, 서 씨는 "다들 그렇게 넘기던데"라고 했다.
2억 권리를 챙긴 그 순간, 서 씨가 진짜 잃은 건 다음 가게의 신뢰ability였다.
계약서 특약사항 검토를 '다음에'로 미루는 순간, 그 가게는 이미 폐업 절차를 밟고 있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