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돌아가기

권리금 2억 남기고 나간 룸싸롱, 장부를 들여다보니

2019년 겨울, 논현동 골목 2층 룸 8개짜리 업소. 대표가 계약 해지 서류에 사인하고 나서 내게 건넨 게 있었다. A4 17장짜리 장부 복사본. "이거 보고 판단해줘" 한마디에 나는 3시간을 앉아서 읽었다.

## 8만원 룸 vs 15만원 룸, 원가가 실제로 얼마냐

손님이 지불하는 금액 중에서 실제 원가로 빠지는 비율. 룸 단위 서비스업에서는 흔히 '오픈마진'이라고 부른다. 8만원 코스 기준으로 룸 운영 직접비(도우미 인건비, 주류 원가, 소모품)는 대략 3만 2천에서 3만 8천 사이. 여기에 룸당 관리비, 라커룸 소모품, 세탁비를 붙이면 4만원 안팎에서 손익분기점이 형성된다. 남는 건 4만원. 그중에서 룸 임대료 분摊과 세후 순이익으로 나뉜다.

15만원 코스는 다르다. 원가율은 오히려 떨어진다. 도우미 시간당 단가는 2~3천원 정도 올라가지만, 주류 마진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소주 한 병 1.5만원짜리가 원가 1천원대라는 건 업계 안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고급 위스키 셋트는 마진율 70%를 훌쩍 넘긴다. 결국 15만원 룸에서 빠지는 실제 원가는 5만~6만원 선. 순이익 구조는 8만원 코스의 두 배를 훌쩍 웃돈다.

## 마진 분포의 비밀은 '회전율'에 있다

여기서 초보 사업자가 놓치는 지점이 있다. 장부에 찍힌 월 매출 3천만원. 이 숫자만 보고 '좋네' 하고 뛰어드는 경우를 숱하게 봤다. 문제는 그 3천만원이 실질적으로 몇 번 회전했느냐다.

월 120일 영업 기준으로 한 룸이 하루 2타임을 잡으면 240타임. 이 중 실제 유료 타임은 60~70% 수준이다. 나머지는 공타임, 손님 노쇼, 세팅 시간으로 까먹힌다. 장부상 월 매출 3천만원이면 타임당 평균 20만원 남짓인데, 이걸 다시 원가로 되돌려보면 남는 돈이 생각보다 빠듯하다. 룸 8개면 월 순이익 400~600만원. 여기서 인건비, 세금, 관리비를 빼면 대표 손에 쥐어지는 건 200만원대.

## 2억 권리금이 의미하는 것

그 가게 대표가 받은 권리금 2억원. 이 금액은 원가율이 아니라 '미래 수익의 현재가치'로 산정된 거다. 월 순이익 200만원이면 100개월, 대략 8년치를 프리미엄으로 붙인 셈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 가게가 문을 닫은 이유는 단순했다. 주변 신축 빌딩에 고급 룸이 15개 더 들어섰고, 타임당 단가를 12만원으로 깎아도 손님이 안 줄었다. 회전율이 50%로 떨어지면서 월 매출이 반토막 났다. 원가는 그대로인데 매출만 줄면 마진은 소멸한다.

장부 17장을 정리하면서 내가 메모한 건 이것뿐이었다. "단가가 아니라 회전율로 판단하라." 초보 사업자가 룸 단위 가격 비교만 하고 뛰어드는 이유를 이제는 안다. 8만원 코스인지 15만원 코스인지보다, 그 룸이 하루에 몇 번 돌아가느냐가 모든 걸 결정한다.

그 겨울밤, 논현동 골목을 걸어가면서 나는 생각했다. 한때 잘나가던 형님도 결국 장부 앞에서는 평등하다는 걸.

---

장부 읽는 법 하나로 2억짜리 판단을 흔들 수 있다. 관련 상담은 논현 비즈니스클럽에서 가능하다. 뭐, 나는 이미 퇴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