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기억난다. 강남 변두리 지하 2층짜리 빌려서 룸 7개짜리 작은 가게 열었을 때다. 보증금 5000에 월세 350. 권리금은 따로 없었고 인테리어에 7000 정도 깨졌다. 오픈 첫 달 매출 3200 찍었다. 둘째 달 2800. 여섯 달째 되니까 월 3000 넘게 박아도 손에 쥐는 게 없었다. 장부 들여다보고 나서야 알았다. 이게 개인사업이 아니라 그냥 고용된 매니저 노릇이었구나 싶더라.
가게 문 닫기 직전까지 내가 놓친 게 뭔지, 원가 구조를 까보면서 설명해준다.
## 룸 단위 사업의 착시: 겉값과 속값은 다르다
룸 단위로 돈 받는 업종은 매출이 단순하다. 객단가 × 회전율. 문제는 이 단순한 공식에 허수가 너무 많이 껴 있다는 거다.
12만원짜리 룸을 한 팀 받는다고 치자. 고객은 '룸값 12만'이라고 생각하지만, 여기서 진짜 가게 손에 쥐는 순수 수익은 얼마나 될까. 내 가게 기준으로 까보면:
- 룸 요금 12만 중 부가세 떼면 10.9만
- 기본 안주·음료 서비스 원가 약 1.5만~2만(과일 한 접시, 물수건, 믹서 등)
- 시간당 전기/냉난방 유지비 평균 0.8만(여름엔 1.2만까지 튀었다)
- 매니저 수당 1.5만(업장 따라 다르지만 최저시급+알파)
- 결국 룸 하나 돌렸을 때 남는 건 6만~6.8만 수준
이걸로는 인테리어 감가상각도 못 건진다. 내부 도배, 쇼파 교체, 음향기기 수리 같은 걸 월로 환산하면 룸당 1.2만 정도 더 깨진다. 계산 끝이다. 12만짜리 룸을 꽉꽉 돌려도 이익은 5만원 언저리. 하루에 6팀 받아야 겨우 유지비 건지고, 그 이상 모은 게 진짜 내 돈이더라.
## 가격대별로 마진율이 완전히 다르게 움직인다
같은 업종 안에서도 가격대에 따라 원가 구조가 판이하게 달라진다. 이걸 몰라서 폐업한 사장님 진짜 많다.
**10만원 미만 대(로우엔드)**: 고정비가 마진을 잡아먹는다. 월세, 인건비, 알바 식대 같은 고정 지출이 상대적으로 같아서, 가격이 낮을수록 한 타임 돌렸을 때 남는 게 거의 없다. 하루 10팀 소화해야 겨우 버티는 구조. 회전율로 승부 봐야 하는데, 그렇게 돌리면 룸 관리비가 또 올라간다. 악순환.
**12만~18만원 이(미들)**: 의외로 마진율이 가장 애매한 구간이다. 고객 기대치는 올라가는데 가격은 그만 못 따라간다. 예를 들어 15만원 받는 가게면 손님은 암묵적으로 '중급 이상의 서비스'를 기대한다. 주질이 좋아야 하고, 부가 서비스도 더 들어간다. 이 구간에서 내 가게는 완전히 망했다. 12만원짜리 룸 돌리면서 와인 1병 서비스로 까고 있었으니까.
**20만원 이상(하이엔드)**: 여기는 게임이 다르다. 마진율이 확 살아난다. 25만원짜리 룸이면 같은 12만원 룸보다 원가는 3~4만원밖에 안 오르는데, 가격은 2배다. 단, 이 구간은 고정적인 VIP 확보가 안 되면 오히려 리스크가 더 크다. 하루에 1~2팀만 들어와도 버티는 구조지만, 그 마저 없으면 바로 적자다.
## 가게가 망하는 진짜 이유: 마진 말고 현금흐름
원가보다 더 중요한 게 현금흐름이다. 월세 350짜리 가게에서 월 매출 3000 찍으면 세금 내고 나면 800~900만 남는다. 여기서 내 월급 500 빼고, 가게 유지할 버퍼 남겨두면 통장에 남는 건 한 달에 200~300만원. 그런데 소파 교체 한 번에 120만원 깨지고, 배관 수리 한 번에 80만원 날아간다. 결국 모아둔 돈은 없고, 사고 한 번이면 바로 마이너스.
이 구조를 이해 안 하고 '일단 열면 돈 벌겠지' 하는 사람들 때문에 업계 평균 생존 기간이 짧은 거다. 가격 설정할 때 단순히 '옆집보다 얼마 싸게' 받을지 계산하지 말고, 자기 고정비 대비 몇 팀을 받아야 최소한 버티는 라인인지 먼저 계산해야 한다. 현금흐름표 한 장 안 짜보고 오픈하는 순간, 그게 내가 그랬듯이 6개월짜리 사장님 되는 지름길이다.